[t:/]$ 철산동 블루스_

그와 그녀와 그녀의 귀걸이

2008/07/06

bruno 전용.

잠을 깼다. 가느다란 한 줄기 빛이 블라인드 사이를 헤집고 지나간다. 심야의 트럭 소리가 다가왔다가는 이내 멀어진다. 무덤덤히 깜빡거리는 디지털 시계. 네시 오분.

공연이 있는 날이다. 지난 밤엔 밴드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다들 긴장해 있었지만 누구도 그만두자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드럼을 치는 K가 화장실에 달려갈 때 쯤에서야 모임이 끝났다.

“손톱이나 지우지?”

창백해진 얼굴로 돌아온 K가 말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K는 쓰러졌다. 밴드 사람들이 그를 데려갔다. 지난 공연 때도 숙취의 드럼 솔로 10분을 친 녀석이다. 오늘 공연도 문제 없으리라.

또 한 번, 트럭소리가 사라져간다. 담배를 물고 침대 끝에 걸터 앉았다. 손가락을 본다. 두 팔을 앞으로 펼쳐 열 손가락을 좌악 펴본다. 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오른손 엄지 손톱. 연습 중에 이곳저곳 상처가 났지만 여전한 은색이었다. 담배 연기가 맵다. 눈물이 찔끔 난다. 피던 담배를 그대로 빈 맥주병에 털어넣었다. 남은 맥주에 흡수되어가는 불씨의 마지막 비명이 들린다.

깔깔거리는 P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새 맞은편 의자에 거꾸로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P는 두 팔을 앞으로 펼쳐 열 손가락을 좌악 펴보였다. 손바닥을 뒤집어 은색 손톱을 내민다. 블라인드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스친다. P는 어느새 사라졌다.

담배를 다시 물고 P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았다. 책상에 놓인 맥주캔이며 CD를 손에 닿는대로 밀어냈다. 아세톤 병을 찾아냈다. 화장솜에 몇 방울을 떨어뜨린다.

“손톱이나 지우지?”

K가 드럼 스틱을 지휘봉처럼 휘두르더니 내 가슴을 겨냥했다.

“쪽팔리게..”

그리고 K는 자기 몸의 모든 질량의 제어권을 지구에게 넘겼다.

손톱의 은가루가 지워져간다. 솜에 뭍어난 것은 검고 짙은 무언가였다. 검고 짙은 은색의 매니큐어를 지운다. 손톱에서 뽀득뽀득 소리가 난다.

문득,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는 CD와 구겨진 담배갑 사이로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그 반짝거림은 쓰러져있는 CD를 힘겹게 밀어내더니 담배재를 치우고 스스로 걸어나왔다.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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